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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시력검사 문의를 받다 보면 내원하시는 이유가 대체로 세 가지로 나뉩니다. 아이가 휴대폰을 많이 사용해서 눈이 걱정된다며 검진을 원하시는 경우, 부모님이 안경을 쓰고 계셔서 아이 눈 상태는 어떤지 미리 확인하고 싶어 오시는 경우, 그리고 학교 검진에서 시력이 낮게 나와 검진을 받아보라는 안내를 받고 오시는 경우입니다. 그리고 오셔서 자주 하시는 질문이 있습니다.

    "아이 근시가 저를 닮아서 생긴 걸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요?"

     

    오늘은 아이 근시가 왜 생기는지, 유전과 생활습관이 각각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 이 글은 안과 외래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외 의학 자료를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아이마다 상태가 다르므로 시력 변화가 의심되면 진료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근시는 왜 생기나요?

     

    근시는 멀리 있는 것이 흐리게 보이는 상태입니다. 눈은 앞에서 뒤까지 일정한 길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길이를 안축장이라고 합니다. 빛이 눈으로 들어오면 망막에 정확히 초점이 맺혀야 선명하게 보입니다.

    그런데 안축장이 길어지면 초점이 망막보다 앞쪽에 맺히게 됩니다. 이때 먼 곳이 흐리게 보이는 것이 근시입니다. 소아 근시는 성장하면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한번 시작되면 눈의 성장이 이어지는 동안 꾸준히 경과를 확인하게 됩니다.

    대한안과학회가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근시 유병률은 5세에 15%였고 7세부터 빠르게 증가해 13세에는 76%까지 높아졌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시기부터 근시가 빠르게 늘어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근시면 아이도 근시가 될까요?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유전은 분명히 영향을 줍니다. 대한안과학회에서도 근시 발생에는 강력한 유전적 소인이 작용한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부모가 모두 근시인 경우 자녀의 근시 발생 위험이 더 높다는 점도 함께 언급됩니다. 눈의 성장과 굴절 상태에 영향을 주는 여러 유전적 요인이 근시 발생 위험에 관여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유전이 전부는 아닙니다. 부모 두 분 모두 시력이 좋은데 아이에게 근시가 생기기도 하고, 반대로 부모가 근시여도 아이는 근시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 경우를 말씀드리면, 저는 초등학생 때부터 근시로 안경을 착용했고 남편도 근시와 난시로 안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시력이 괜찮았습니다.

     

    그러다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한쪽 시력이 떨어졌습니다. 스마트폰을 자주 보게 되고 가까운 것을 보는 시간이 늘어난 시기와, 성장 속도가 빨라진 시기가 겹쳤습니다. 지금은 칠판이나 먼 곳을 볼 때 가끔 안경을 착용합니다. 저는 안과에서 근무하니 아이 시력검사를 해마다 챙겼습니다. 그런데도 진행을 먼저 알아차린 것은 검사가 아니라 아이의 말이었습니다. 학원에서 칠판 글씨가 흔들려 보인다고 하더니, 한쪽을 가리고 보면 한쪽은 잘 보이는데 다른 쪽은 흐리다고 표현했습니다.

     

    실제로 아이가 칠판이 잘 안 보인다고 말해서 뒤늦게 알아차리는 경우도 있지만, 학교 시력검사에서 처음 발견하거나 부모님이 미리 검진을 데리고 오셨다가 알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가 근시라는 것은 아이가 반드시 근시가 된다는 뜻이 아니라, 조금 더 일찍 그리고 자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시는 편이 좋습니다.

    생활습관은 얼마나 영향을 줄까요?

     

    대한안과학회는 근시가 늘어나는 배경으로 유전적 요인뿐 아니라 스마트폰과 태블릿 같은 전자기기 사용 증가, 그리고 야외활동 부족을 함께 지목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것을 오래 보는 시간과 거리

    가까운 거리에서 오래 보는 습관은 근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스마트폰이라는 기기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얼마나 가까이에서 얼마나 오래 보느냐가 중요합니다. 책을 오래 보는 것도 같은 조건입니다.

    대한안과학회가 제시한 생활수칙은 이렇습니다.

    • 불필요한 근거리 작업은 줄이기
    • 연속으로 가까운 것을 보는 시간은 20~45분 이내로 제한하기
    • 책은 눈에서 30~35cm, 컴퓨터 화면은 50cm 거리 유지하기
    • 적정한 실내 조명 유지하기
    • 스마트폰 이용 시간 관리하기

    상담을 하다 보면 보호자분들의 고민이 거의 겹칩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때문에 아이가 가까운 것을 너무 오래 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줄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환경입니다. 초등학교 수업에서도 태블릿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고, 휴대폰 역시 예전보다 아이들의 일상에서 떼어놓기 어려워졌습니다. 저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

    야외활동은 대한안과학회에서도 하루 2시간 이상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구분해서 알아두시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리는 것은 아직 근시가 없는 아이에게 근시가 새로 생기는 것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근거가 있습니다.

     

    반면 이미 근시가 있는 아이에서 진행 속도를 늦추는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근거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야외활동이 의미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루 2시간 이상의 야외활동은 대한안과학회에서도 권장하는 생활수칙입니다. 다만 생활습관만으로 근시를 완전히 예방하거나 이미 시작된 근시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보다, 아이의 근시 진행 정도를 꾸준히 확인하면서 함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무엇 때문일까요?

     

    둘 중 하나로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대한안과학회는 근시 발생에 강력한 유전적 소인이 작용하지만, 생활습관과 환경요인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해서 나타난다고 설명합니다.

     

    근시가 생기기 쉬운 소인을 가진 아이에게 환경적인 요인이 더해지면서 근시가 나타나거나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근시가 생겼을 때 누구의 탓인지, 무엇 때문인지를 하나로 찾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바꿀 수 있는 부분입니다. 유전은 바꿀 수 없지만 생활습관은 조정할 수 있고, 근시가 시작됐는지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지는 검사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근시가 시작되면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아이가 스스로 안 보인다고 말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으시는 편이 좋습니다. 아이들은 잘 안 보이는 상태에 익숙해져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TV나 칠판을 볼 때 눈을 찡그리거나, 자꾸 가까이 가서 보려고 한다면 한번 확인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대한안과학회는 6세 이후 소아청소년에게 해마다 안과 검진을 받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아이 상태에 따라 지금 하실 일이 다릅니다

    부모님이 근시인데 아이 시력은 아직 괜찮다면, 근시가 생길지 걱정만 하기보다 정기적으로 시력을 확인하면서 근거리 작업과 야외활동 습관을 함께 관리해 주시면 됩니다.

    반대로 이미 근시가 시작됐다면, 생활습관만 바꾸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기다리기보다 현재 도수와 진행 정도를 확인하고 필요한 관리 방법을 상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근시가 확인되면 진행 속도를 늦추는 방법을 함께 상의하게 됩니다. 그 방법 중 하나인 드림렌즈에 대해서는 드림렌즈란? 원리와 대상, 실제 착용 과정까지 글에서 정리했습니다.

    마무리

     

    예전에는 학교가 끝나거나 방학이 되면 하루 종일 밖에서 노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집에 있는 화면은 텔레비전 하나였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굳이 밖에서 만나지 않아도 됩니다. 온라인으로 게임을 하고 메시지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아이들이 밖에 나갈 이유 자체가 줄었습니다.

     

    그래서 이미 근시가 시작됐더라도 이후 얼마나 진행되는지 꾸준히 확인하면서, 생활습관에서 바꿀 수 있는 부분을 함께 관리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까운 것을 오랫동안 연속해서 보는 시간을 줄이고 중간중간 눈을 쉬게 해 주면서, 밖에서 보내는 시간도 조금씩 늘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아이 엄마로서 이론은 다 알고 있지만 실천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아이가 스스로 조금씩 인지하도록 옆에서 계속 이야기해 주려고 하는 편입니다.

    작성자 소개

    안과 외래에서 소아 시력검사와 진료 과정의 안내를 담당하며 근무하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대한안과학회 「2025 눈의 날 팩트시트」 · Kido A, Miyake M, Watanabe N. 「Interventions to increase time spent outdoors for preventing incidence and progression of myopia in children」 Cochrane Database of Systematic Reviews. 2024; Issue 6: CD013549.

    ※ 아이의 시력은 성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글의 내용으로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