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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내장 진단을 받고 나면 평소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운동해도 괜찮나요?"
    "녹내장에 좋은 음식은 뭐예요?"
    "커피도 끊어야 하나요?"

     

    진료 후 안내를 드리다 보면 실제로 이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녹내장은 한 번 치료하고 끝나는 질환이라기보다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생활습관까지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먼저 분명히 해둘 부분이 있습니다. 생활관리는 처방받은 치료와 정기검사를 보완하는 역할이지, 대신하지는 못합니다. 오늘은 그 전제 위에서 운동과 음식, 커피에 대해 실제로 무엇을 주의하면 좋은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 이 글은 안과 외래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외 의학 자료를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녹내장의 종류와 진행 정도에 따라 주의사항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의료진의 안내를 따르시기 바랍니다.

    녹내장이 있어도 운동해도 될까요?

     

    녹내장이 있다고 해서 운동 자체를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걷기나 가벼운 조깅, 실내 자전거 같은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전반적인 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운동 직후 안압이 일시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다만 운동을 꾸준히 한다고 해서 안약을 줄이거나 녹내장 진행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운동은 치료를 대신하거나 이미 손상된 시신경을 되돌리지 못합니다.

     

    근력운동과 요가는 무엇을 주의해야 할까요?

     

    외래에서는 "이제 헬스를 그만해야 하나요?"라고 걱정하며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무거운 거 들면 안압이 올라간다던데요?"라고 하시기도 합니다. 근력운동을 모두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주의할 지점이 있습니다.

     

    숨을 참으면서 힘을 주는 동작이 문제입니다. 최대 중량에 가깝게 들거나 반복 중에 숨을 오래 참으면 순간적으로 안압이 크게 오를 수 있습니다. 힘을 쓸 때 숨을 내쉬고, 무리하게 버티지 않는 강도로 운동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가는 자세에 따라 다릅니다. 요가 자체를 피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물구나무서기나 쟁기 자세처럼 머리가 심장보다 아래로 내려가는 자세에서는 안압이 일시적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런 자세를 오래 유지하거나 반복하는 것은 피하시고, 강사에게 녹내장이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 동작을 조정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마라톤을 계속해도 되는지 물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장시간 고강도 운동을 하신다면 본인의 눈 상태에 맞는 강도를 진료 시 확인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진행된 녹내장이 있거나 최근 레이저·수술을 받으셨다면, 일반적인 정보보다 담당 의료진의 안내를 우선으로 따르셔야 합니다.

    녹내장에 좋은 음식이 따로 있을까요?

     

    '녹내장에 좋은 음식'을 검색해 보신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블루베리, 당근, 시금치 등 여러 음식이 나오다 보니 챙겨 먹으면 안압이 내려가지 않을까 기대하게 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녹내장 환자가 반드시 먹어야 하는 한 가지 음식은 없습니다. 특정 음식이 안압을 치료 수준으로 낮추거나 손상된 시신경을 회복시키지는 못합니다.

     

    그렇다고 음식이 의미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채소와 과일, 생선, 통곡물을 골고루 먹는 식사는 전반적인 혈관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됩니다. 가끔 "그래도 딱 하나만 먹는다면 뭐가 제일 좋아요?"라고 물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말씀드릴 수 있는 음식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눈에 좋다'는 식품이나 영양제를 하나 더 추가하기보다, 평소 식사를 균형 있게 유지하시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녹내장인데 커피를 마셔도 될까요?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카페인은 섭취 후 안압을 일시적으로 소폭 상승시킬 수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다만 이 정도 변화가 녹내장 진행에 큰 영향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한편 안압 상승에 대한 유전적 소인이 높은 사람에게서 많은 카페인 섭취와 녹내장 위험 증가의 연관성을 보고한 연구도 있습니다. 다만 연구 결과가 일관된 것은 아니어서, 녹내장이 있다고 커피를 무조건 끊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사실 저도 커피를 정말 좋아합니다. 아침에 '커피 수혈'을 하지 않으면 하루를 몽롱하게 시작하는 느낌이라, 좋아하는 분에게 무조건 끊으라고 하면 얼마나 힘든지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만 진한 커피나 고카페인 음료를 짧은 시간에 여러 잔 마시는 습관은 가급적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안압 변동이 크거나 진행된 녹내장이 있다면 본인의 섭취량을 진료 시 말씀해 보시기 바랍니다.

    물은 한꺼번에 많이 마시면 안 될까요?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입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물을 한꺼번에 마신 뒤 안압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이 보고돼 있습니다. 다만 수분 섭취 자체를 줄이라는 뜻은 아니므로, 평소 필요한 물은 한 번에 몰아서 마시기보다 나누어 드시는 편이 좋습니다.

    녹내장 생활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순서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우선순위

    내용

    1 처방받은 안약과 치료를 꾸준히 유지
    2 정기적인 안압·시신경·시야검사
    3 무리하지 않는 규칙적인 운동
    4 숨 참는 고중량 운동, 머리가 아래로 가는 자세 주의
    5 과도한 카페인과 단시간의 많은 수분 섭취 피하기
    6 균형 잡힌 식사

    생활관리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1번과 2번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생활관리는 3번부터입니다. 안약의 사용 기간과 올바른 점안법은 지난 글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마무리

     

    녹내장이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으면 평소 하던 행동 하나하나가 눈에 나쁜 것은 아닌지 신경 쓰이기 마련입니다. 인터넷을 찾아볼수록 '이건 하지 마세요', '이건 꼭 드세요'라는 정보가 많아 오히려 더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여기서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생활관리를 열심히 했는데 안압이 높게 나오거나 녹내장이 진행됐다고 해서 "내가 뭘 잘못했나" 하고 자책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녹내장은 생활습관 하나만으로 생기거나 진행되는 질환이 아닙니다. 생활습관에 따라 안압이 일시적으로 변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녹내장이 생기거나 악화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오랫동안 관리해야 하는 질환일수록 모든 것을 한꺼번에 완벽하게 바꾸려 하기보다, 오래 지킬 수 있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처방받은 치료와 정기검진을 놓치지 않는 것. 이것이 녹내장을 일상에서 관리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성자 소개

    안과 외래에서 녹내장 환자의 검사 안내와 진료 지원 업무를 담당하며 근무하고 있습니다. 실제 외래에서 가장 자주 받는 생활관리 질문을 국내외 의학 자료와 함께 정리했습니다.


    참고자료: 대한안과학회 · 한국녹내장학회 · National Eye Institute, Glaucoma · American Academy of Ophthalmology · Glaucoma Research Foundation

    ※ 녹내장의 종류와 진행 정도, 최근 수술 여부에 따라 운동과 생활 제한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생활관리는 처방받은 치료와 정기검사를 대신할 수 없으므로, 궁금한 점은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