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안과에서 아이 시력검사를 하고 안경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보호자분들은 대부분 담담하게 받아들이십니다. 문제는 아이입니다. 진료실을 나온 뒤 복도에서 실랑이가 벌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이는 안경을 쓰기 싫다고 하고, 보호자는 설득하다가 결국 안경을 맞출지 다른 방법을 알아볼지 다시 상의하러 오시기도 합니다.
오늘은 아이가 안경을 싫어하는 이유와, 안경을 꼭 하루 종일 써야 하는지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아이들은 왜 안경을 싫어할까요?
아이가 안경을 거부하는 이유는 어른이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다릅니다.
첫째는 불편함입니다. 얼굴에 뭔가 계속 걸려 있는 느낌이 낯설고, 학교에서 활동할 때 거슬립니다. 뛰거나 체육 수업을 할 때는 더 신경이 쓰입니다.
둘째는 외모입니다. 특히 여자아이들이 이 부분을 많이 이야기합니다. 안경 때문에 인상이 달라 보이는 게 싫다는 것입니다. 두 가지 모두 아이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그냥 쓰면 되는데 왜 그러냐"라고 하기보다, 무엇 때문에 싫은지 먼저 들어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불편함 때문이라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외모 때문이라면 다른 방법을 상의해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안경 착용 시간은 도수가 아니라 처방한 이유에 따라 달라집니다
여기가 가장 많이 오해하시는 부분입니다. "시력이 몇이니까 하루 종일 써야 한다"거나 "도수가 낮으니까 가끔만 써도 된다"는 식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도수라도 어떤 아이는 항상 착용하도록 안내받고, 어떤 아이는 필요할 때만 착용하도록 안내받습니다. 안경을 처방한 목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① 잘 보이게 하는 것이 목적인 경우
② 안경 자체가 치료의 일부인 경우
잘 보이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단순히 멀리 있는 것이 흐리게 보여서 불편한 경우입니다. 이때 안경은 그 순간 잘 보이게 해 주는 도구입니다. 그래서 멀리 볼 일이 있을 때만 착용하도록 안내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업 시간에 칠판을 볼 때나 영화를 볼 때처럼요.
여기서 자주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안경을 썼다 벗었다 하면 눈이 더 나빠지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필요할 때 안경을 썼다가 벗는 행동 자체가 근시를 진행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아이마다 안경을 처방한 이유가 다르기 때문에, 임의로 착용 시간을 줄이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특히 시력 발달을 위해 안경을 처방받은 경우에는 안내받은 착용 시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안경이 필요한 상황에서 쓰지 않으면 아이가 그만큼 불편하게 지내게 됩니다. 수업 시간에 칠판이 흐리게 보이는 상태로 앉아 있는 것은 아이에게 부담이 됩니다.
안경이 치료의 일부라면
이 경우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아이의 시력은 태어날 때 완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자라면서 발달합니다. 일반적으로 4세 무렵에 0.7에서 0.8 정도가 되고, 6세 무렵에 대부분 1.0에 이르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이 발달 과정에는 선명한 상이 망막에 맺히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굴절이상이 심하거나 양쪽 눈의 도수 차이가 크면 한쪽 눈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약시입니다. 부등시나 심한 굴절이상 때문에 생긴 약시는 안경교정에서 치료가 시작됩니다. 안경이 교정 도구가 아니라 치료 수단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꾸준히 착용해야 합니다.
약시는 시력 발달이 활발한 어린 나이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할수록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안경 착용이 치료를 위해 처방된 경우에는 아이가 싫어한다는 이유로 임의로 미루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약시가 없더라도 양쪽 눈의 도수 차이가 있으면 안경 착용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국내 연구에서는 약시가 없는 굴절부등 환자를 대상으로 비교했을 때, 안경을 착용하지 않은 쪽이 착용한 쪽보다 입체 시 검사 결과가 나빴다고 보고되었습니다.
두 눈으로 보는 기능은 시력 숫자만으로 확인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잘 보이는데 왜 계속 써야 하나요"라는 생각이 드시더라도, 안내받으신 대로 착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약시에 대해서는 약시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안 되는 이유와 치료 방법 글에서 자세히 정리했습니다.
제 아이는 이렇게 정했습니다
제 아이도 안경을 쓰고 있습니다. 다만 하루 종일 쓰지는 않습니다. 한쪽 시력만 떨어진 상태였고, 학교에서 칠판이 계속 안 보인다고 하는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칠판을 볼 때처럼 필요한 상황에서만 착용하도록 했습니다. 단순 근시에서 안경은 흐리게 보이는 것을 선명하게 교정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근시 자체를 없애기 위해 쓰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아이가 불편해하는 상황에서 쓰도록 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이는 지금 5학년입니다. 왜 필요한지 설명해 주니 어느 정도 이해했고, 가끔 쓰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없습니다. 다만 이건 제 아이의 경우입니다. 한쪽 시력만 떨어졌고, 약시나 다른 문제가 함께 있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방식입니다. 다른 아이에게 그대로 적용하실 수는 없습니다.
안경이 계속 불편하다고 한다면
아이가 안경을 싫어하는 이유가 정말 불편함이라면, 확인해 볼 부분이 있습니다. 안경테가 아이 얼굴에 맞지 않으면 코나 귀가 계속 눌리거나 안경이 자꾸 흘러내립니다. 도수가 맞지 않으면 어지럽거나 눈이 피로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안경을 쓰기 싫은 게 아니라 그 안경이 불편한 것입니다. 무조건 참으라고 하기보다 다시 확인해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그날 바로 맞추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이가 끝까지 안 쓰겠다고 하는 날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안경 처방전을 드리고, 그날 바로 맞추지 않으셔도 된다고 안내드립니다. 집에 가셔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눈 뒤에 맞추셔도 늦지 않습니다. 병원에서 실랑이하다가 억지로 맞춘 안경은 결국 서랍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가 어느 정도 납득한 뒤에 맞추는 편이 실제로 쓰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아이가 안경을 거부한다고 해서 곧바로 드림렌즈가 더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드림렌즈는 근시 진행 관리 등을 위해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매일 렌즈를 착용하고 제거하면서 위생 관리도 해야 합니다. 눈에 렌즈를 넣는 것 자체를 무서워하는 아이라면 오히려 적응이 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드림렌즈의 원리와 실제 착용 과정은 드림렌즈란? 원리와 대상, 실제 착용 과정까지 글에서 정리했습니다.
마무리
가장 좋은 것은 아이가 자라는 동안 눈이 발달에 맞게 잘 자라서 안경 없이 지내는 것입니다. 다만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저도 겪었습니다. 저는 안과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제 아이도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안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스마트폰을 너무 일찍 쥐여 준 게 아닌가 하는 자책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원인을 찾아 자책하는 것보다 지금 상태를 받아들이고 아이 눈에 맞는 방법을 찾는 편이 더 나았습니다. 안경을 항상 써야 하는 아이도 있고, 필요할 때만 쓰면 되는 아이도 있습니다. 안경이 불편하면 도수나 안경테를 다시 확인해 볼 수도 있고, 나중에 다른 방법을 상의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중에서 지금 아이에게 가장 나은 방법을 함께 찾아 주고, 아이가 그 방법에 익숙해지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성자 소개
안과 외래에서 소아 시력검사와 진료 과정의 안내를 담당하며 근무하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 안과 - 어린이 약시」 · 대한안과학회지 「약시가 없는 굴절부등 환자에서 안경 착용에 따른 입체 시 비교」 2023;64(2)
※ 아이마다 안경이 필요한 이유와 착용 방법이 다릅니다. 이 글의 내용으로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진료를 통해 안내받으신 대로 따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