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날씨가 더워지면 안과에는 흔히 ‘눈병’이라고 부르는 증상으로 내원하는 환자가 많아집니다. 제가 근무하는 안과에서 내원 이유를 확인해 보면 충혈과 눈곱, 이물감을 공통적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증상이 생긴 당일보다는 2~3일 정도 지켜본 뒤 오는 환자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한쪽 눈만 빨갛고 반대쪽 눈은 멀쩡해 피곤해서 생긴 충혈이라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눈물이 계속 흐르고 모래알이 들어간 것처럼 까끌거리거나 눈곱이 늘면서 안과를 찾게 됩니다.
흔히 유행성 결막염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한 질환명은 ‘유행각결막염’입니다. 결막뿐만 아니라 각막에도 염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유행성 결막염의 원인과 초기 증상, 안약을 사용해도 바로 낫지 않는 이유를 실제 안과에서 환자의 증상을 확인해 온 경험과 함께 정리했습니다.
유행성 결막염 원인, 아데노바이러스 감염
유행각결막염은 주로 아데노바이러스가 결막과 각막에 염증을 일으키는 전염성 질환입니다. 결막염은 알레르기나 외부 자극으로도 생길 수 있으므로 모든 결막염이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바이러스는 감염된 사람의 눈물이 나 눈 분비물이 묻은 손, 수건, 세면도구, 침구 등을 통해 전파될 수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만진 물건을 손으로 만진 뒤 눈을 비비는 과정에서도 감염될 수 있습니다.
환자 중에는 “요즘 피곤해서 눈병이 생긴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피로 자체가 유행성 결막염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닙니다. 피로할 때 나타나는 충혈과 바이러스 감염 초기의 충혈이 겉으로 비슷해 구분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물놀이 후 증상이 생겼다고 해서 반드시 수영장 물만 원인인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물놀이를 다녀온 뒤 눈이 빨개졌습니다”라고 말하는 환자가 적지 않지만,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오염된 손으로 눈을 만지거나 수건을 함께 사용하는 과정에서도 전파될 수 있습니다.
아데노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증상이 나타나기까지는 보통 4~10일 정도의 잠복기가 있습니다. 따라서 증상이 생기기 바로 전날의 활동만으로 감염 장소를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유행성 결막염은 여름에만 발생하는 질환도 아닙니다. 계절과 관계없이 생길 수 있으며 가족이나 단체생활을 통해서도 전파됩니다. 다만 여름에는 물놀이와 야외활동이 늘어 여러 사람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지므로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행성 결막염 초기 증상, 한쪽 눈 충혈과 이물감
유행성 결막염은 대개 한쪽 눈에서 먼저 시작됩니다. 환자들도 “처음에는 왼쪽 눈만 빨갰는데 며칠 뒤 오른쪽 눈도 불편해졌습니다”라고 말하거나, 양쪽 눈에 증상이 있지만 한쪽이 더 심하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기에는 흰자가 붉어지고 모래알이나 속눈썹이 들어간 것처럼 까끌거리며 평소보다 눈물이 자주 흐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쪽 눈만 빨간데도 유행성 결막염일 수 있습니까?”라고 묻는 환자도 있습니다.
한쪽 눈만 충혈된 초기에도 유행성 결막염일 수 있습니다. 먼저 한쪽 눈에 증상이 나타난 뒤 며칠 후 반대쪽 눈으로 옮겨갈 수 있으며, 먼저 시작된 눈의 증상이 더 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한쪽 눈이 빨갛다는 사실만으로 유행성 결막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안구건조증과 알레르기 결막염, 세균성 결막염, 각막의 작은 상처 등으로도 충혈과 이물감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초기에는 충혈의 정도만 볼 것이 아니라 어느 눈에서 언제 시작되었는지, 시간이 지나면서 눈물과 눈곱, 이물감 같은 증상이 추가되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유행성 결막염 증상, 눈곱·눈물·눈꺼풀 부종
증상이 진행되면 맑은 눈물이 계속 흐르거나 눈곱과 분비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아침에는 눈곱 때문에 눈꺼풀이 달라붙고, 눈 주변이 부어 눈을 뜨기 무겁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눈곱이 생겼다고 해서 모두 세균성 결막염인 것은 아닙니다. 바이러스성 결막염에서도 분비물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눈곱의 색이나 양만으로 원인을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눈이 따갑고 화끈거리거나 눈꺼풀이 붓기도 합니다. 염증이 각막까지 침범하면 눈부심과 이물감이 심해지고 시야가 흐려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가벼운 충혈로만 넘기지 말아야 하는 신호입니다.
제가 내원 이유를 확인할 때 가장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는 “눈곱이나 가려움은 몇 달 전부터 가끔 있었습니다”라고 말하는 환자입니다. 오래전부터 간헐적으로 있던 증상과 최근 갑자기 생긴 증상이 섞이면 현재 안과를 찾게 된 직접적인 이유를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가장 불편한 증상은 무엇인지”, “충혈은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어느 눈에서 먼저 시작되었는지”, “기존 증상과 비교해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구체적으로 묻게 됩니다.
저는 진단을 내리는 의사는 아니지만 접수와 검사 단계에서 증상의 시작 시점을 확인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행성 결막염이 의심되면 다른 환자에게 전파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 공용 검사기기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기본적인 시력 확인 후 진료를 먼저 보도록 검사 동선을 조정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병원마다 세부적인 검사 순서는 다를 수 있지만, 안과에서 증상의 시작 시점과 진행 과정을 자세히 묻는 데에는 진단에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고 전파 가능성을 줄이려는 이유도 있습니다.
안약을 넣어도 바로 낫지 않는 이유
안과에서 근무하며 안타까웠던 경우가 있습니다. 눈병이 의심되는데도 안약만 먼저 사용하며 며칠을 지켜보다가, 평소처럼 가족과 수건이나 세면도구를 함께 사용해 다른 가족에게도 비슷한 증상이 생긴 뒤 함께 내원한 경우입니다. 안과에서는 증상이 시작된 시기와 진행 양상을 확인하고, 세극등현미경으로 결막과 각막의 상태를 살펴 종합적으로 진단합니다. 현재 아데노바이러스를 바로 없애는 특별한 항바이러스 안약은 없습니다. 대부분 인체의 면역반응을 통해 호전되며, 치료는 증상을 완화하고 각막 침범이나 이차감염과 같은 합병증이 생기는지 확인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안약의 종류와 사용 여부는 눈 상태에 따라 의사가 결정합니다.
환자 중에는 안약을 하루 사용했는데도 충혈이 그대로이거나 더 심해졌다며 불안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유행각결막염은 안약을 한두 번 넣는다고 바로 가라앉는 질환이 아니며, 증상이 시작된 뒤에도 질환의 경과에 따라 며칠 동안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이는 잠복기가 남아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염증이 진행되는 과정입니다. 대부분 2~3주 안에 호전되지만 심한 경우에는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임의로 안약을 바꾸거나 중단하기보다 처방받은 방법대로 사용하면서 안내받은 시기에 경과를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통증이나 눈부심이 심해지거나 시야가 흐려질 때, 눈꺼풀이 많이 붓거나 증상이 빠르게 악화될 때에는 정해진 재진일까지 기다리지 말고 다시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던 중 충혈이 생긴 경우에도 렌즈 사용을 중단하고 각막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진료를 미루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초기 충혈, 정확한 진단과 전염 예방이 먼저
눈병이 의심될 때 안과를 일찍 찾는 이유는 안약을 빨리 처방받으면 무조건 빨리 낫기 때문이 아닙니다.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다른 질환과 구분하고 각막 침범 여부를 확인하며, 가족과 주변 사람에게 전파되지 않도록 생활수칙을 안내받기 위해서입니다. 유행성 결막염은 증상이 나타난 뒤 약 2주간 전염력이 강하므로 눈을 만지거나 비비지 말고 손을 자주 씻어야 합니다. 수건과 세면도구, 침구는 가족과 따로 사용하고, 증상이 있는 동안 수영장이나 목욕탕처럼 사람이 많이 이용하는 장소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행성 결막염은 한쪽 눈의 충혈과 이물감처럼 가벼워 보이는 증상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쪽 눈이 빨갛다는 사실만으로 유행성 결막염이라고 확정할 수도 없습니다. 충혈과 함께 눈물, 눈곱, 눈꺼풀 부종이 나타나거나 눈부심과 시야 흐림까지 생긴다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해야 합니다. 제가 현장에서 여러 환자를 보며 느낀 점은 안약을 하루라도 빨리 넣는 것만큼 정확한 진단과 전염 예방이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질환의 경과를 이해하고 가족에게 옮기지 않도록 생활방식을 함께 바꾸는 것까지가 치료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눈 건강 정보 제공을 위한 내용이며, 개인의 증상과 진단 및 치료 계획은 눈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