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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검진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 중에는 당뇨를 진단받아 내과에서 검사를 받고 약도 처방받은 뒤,

    “눈도 한번 검사해 보세요.”

    라는 이야기를 듣고 안과에 오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아마 당뇨라고 하면 대부분 혈당 관리부터 생각하기 때문에 눈에 특별한 불편함이 없다면 굳이 안과검진까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안과에서 근무하다 보면 당뇨가 있는 분들에게 정기적인 안과검진을 권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당뇨병성망막병증이라는 합병증 때문입니다. 당뇨병성망막병증은 당뇨로 인해 망막의 미세혈관이 손상되면서 생기는 질환인데 문제는 초기에는 시력이 잘 나오고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당뇨가 있는데 눈은 잘 보이는데도 왜 안과검진이 필요한지, 당뇨병성망막병증의 초기증상부터 검사와 치료까지 쉽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당뇨병성망막병증은 왜 생길까요?

     

    우리 눈의 안쪽에는 빛을 받아들이는 망막이라는 조직이 있습니다. 당뇨가 오랫동안 지속되거나 혈당 조절이 잘되지 않으면 높은 혈당의 영향을 받아 망막에 있는 아주 작은 혈관들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혈관이 약해지면서 미세한 출혈이 생기거나 혈관에서 액체가 새기도 하고, 병이 진행되면 비정상적인 새로운 혈관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당뇨로 인해 망막 혈관에 변화가 생기는 것을 당뇨병성망막병증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기저질환을 여쭤보면 당뇨가 있다고 말씀하시면서도 “당화혈색소는 괜찮다고 했는데요.” “요즘은 혈당이 잘 조절되고 있어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당이 잘 조절되고 있는데 굳이 안과까지 와서 돈을 내고 검진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거나,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게 아깝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물론 혈당을 잘 관리하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혈당 수치 하나만으로 망막의 상태까지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당뇨를 앓은 기간이나 혈당 조절 상태, 혈압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내과에서 혈당을 관리하는 것과 안과에서 망막을 확인하는 것은 서로 다른 관리라고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제가 기억나는 환자분 중에는 시력저하와 비문증이 함께 있어서 내원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기저질환이 있는지 여쭤봤을 때는 잘 모르겠다고 하셨는데 안저촬영을 해보니 망막에 미세한 출혈 양상이 보여 내과 진료를 권해드렸고, 이후 당뇨를 진단받아 그때부터 혈당 관리를 시작하신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마 그전에도 몸에서는 여러 신호가 있었겠지만 크게 불편하지 않아 검진을 미루다가, 눈 증상을 계기로 다른 질환까지 확인하게 된 경우였던 것 같습니다.

    당뇨병성망막병증 초기증상은 무엇일까요?

     

    당뇨병성망막병증의 초기증상을 검색하면 시야 흐림이나 비문증 같은 여러 증상이 나옵니다. 그런데 제가 가장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초기에는 오히려 특별한 증상이 없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시력도 잘 나오고 일상생활에도 별다른 불편함이 없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당뇨가 있어도 “나는 눈이 잘 보이니까 괜찮겠지.” 하고 안과검진을 미루기 쉽습니다.

     

    실제로 처음 당뇨를 진단받았을 때 내과에서 안과검진을 권유받아 한 번 검사하러 오셨다가 “아직 특별한 이상은 없으니 6개월~1년 뒤에 다시 오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그다음부터는 정기검진을 중단하시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하지만 병이 진행되면서 황반부종이나 출혈 등이 생기면 시야가 흐릿해지거나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고, 검은 점이나 날파리 같은 것이 떠다니는 비문증이 갑자기 심해질 수 있습니다. 심한 유리체출혈이 발생하면 갑자기 시야가 뿌옇게 가려지거나 시력이 크게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집에 비유해서 설명하면 이해가 쉽다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아주 작을 때 발견하면 손상된 부분만 보수하면 될 수 있는데, 오랫동안 모르고 방치하면 집 전체를 손봐야 하는 큰 공사가 될 수 있습니다. 당뇨병성망막병증도 비슷합니다. 이미 심하게 진행된 뒤에는 주사치료나 레이저, 수술까지 필요할 수 있고, 치료의 목적도 완전히 예전 상태로 되돌리는 것보다 더 나빠지는 것을 막고 현재 시력을 최대한 유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증상이 생긴 뒤에만 안과를 찾기보다, 증상이 없을 때부터 정기적으로 망막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뇨가 있으면 꼭 안과검진을 받아야 할까요?

     

    저는 당뇨가 있는데 한 번도 망막검사를 받아보지 않으셨다면 안과검진을 꼭 한 번 받아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당뇨를 진단받은 지 오래됐는데 초기에만 검진을 받고 그 뒤로는 바쁘다는 이유로 몇 년 동안 안과를 가지 않았거나, 최근 시야가 흐릿해졌거나 비문증이 갑자기 많아진 경우라면 눈 상태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서 알아두면 좋은 점은 당뇨병의 유형에 따라 첫 안과검진을 권고하는 시점에도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제2형 당뇨병은 처음 진단받았을 때부터 망막 상태를 확인하는 안과검진이 권고됩니다. 제1형 당뇨병은 발병 직후부터 망막병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지 않아 진단 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부터 정기적인 망막검사를 시작하도록 권고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다만 나이와 당뇨 유병기간, 임신 여부, 현재 눈 상태 등에 따라 검진 시점과 간격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개인별로 의료진의 안내를 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한 번 검사해서 괜찮았다고 앞으로 계속 괜찮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제가 실제로 환자분들에게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지난번에는 괜찮다고 했는데요.”라는 말인데 그 말은 그 당시에는 괜찮았다는 의미이지, 앞으로도 계속 변화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망막 상태와 당뇨 유병기간, 혈당 조절 정도 등에 따라 이후 검진 간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검사 후 의료진이 안내하는 시기에 맞춰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뇨병성망막병증 검사는 어떻게 하나요?

     

    당뇨병성망막병증 검사는 현재 망막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당뇨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복잡한 검사를 모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시력과 안압 등을 확인하고, 망막 상태를 보기 위한 안저촬영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저촬영에서 망막 상태를 확인한 뒤 좀 더 정밀하게 볼 필요가 있다면 OCT(빛간섭단층촬영) 등을 추가로 시행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형광안저혈관조영검사 같은 정밀검사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또한 망막을 보다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 산동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무산동 안저촬영 장비 등을 이용해 먼저 망막 상태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변부 망막까지 자세히 살펴봐야 하거나 이상 소견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산동검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산동제를 넣으면 동공이 충분히 커지기까지 시간이 조금 필요하고, 검사 후 몇 시간 동안 눈부심이나 가까운 글씨가 흐릿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직접 운전해서 오신 분들은 당황하실 수 있는데 당뇨망막검사를 위해 안과에 방문할 예정이라면 미리 병원에 전화해서 “당뇨 때문에 망막검사를 받으려고 하는데 산동검사를 하나요?”라고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병원마다 사용하는 검사 장비와 검사 방식이 다르고, 환자의 눈 상태에 따라서도 산동 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미리 확인하면 운전이나 검사 시간을 계획하기도 훨씬 편합니다.

    당뇨병성망막병증 치료는 어떻게 하나요?

     

    당뇨병성망막병증의 치료는 현재 망막병증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당뇨병성망막병증이라고 진단받았다고 해서 모든 환자가 바로 주사나 레이저 치료를 시작하는 것은 아닙니다. 초기이고 당장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상태라면 혈당과 혈압 등을 잘 관리하면서 정기적인 망막검사로 변화를 관찰합니다.

     

    반면 병이 진행하거나 당뇨황반부종이 생긴 경우에는 눈 안에 약물을 주입하는 안구 내 주사치료가 필요할 수 있고, 망막 상태에 따라 레이저 치료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출혈이나 망막박리처럼 심한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에는 유리체절제술과 같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당뇨망막병증이면 무조건 주사를 맞나요?” “레이저를 꼭 해야 하나요?”라고 분들도 계시지만 치료 여부는 단순히 진단명 하나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망막병증이 어느 단계인지, 황반부종이 있는지, 시력에 영향을 주고 있는지 등을 함께 보고 치료 방법을 결정합니다. 그러니 인터넷만 보고 미리 “나는 주사를 맞아야 하나 보다.” “수술까지 해야 하는 건가?” 하고 혼자 결론을 내리고 불안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정확한 망막 상태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치료가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제가 환자분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

     

    안과에서 근무하다 보면 당뇨가 오래됐는데도 망막검사를 한 번도 받아보지 않은 분들도 있고, 반대로 본인이 당뇨인지 몰랐다가 시력 문제로 안과에 왔다가 망막 소견 때문에 내과 진료를 권유받고 처음 당뇨를 진단받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이가 중년 이후가 되면 눈에 특별한 불편함이 없더라도 주기적으로 눈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보통 어디가 아프거나 불편해야 “병원에 한번 가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당뇨병성망막병증은 조금 다르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눈이 불편해진 다음에 검사하는 것보다 아직 잘 보일 때 눈 안에 변화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당뇨가 있다고 무조건 겁부터 먹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검사를 했는데 망막에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 정기적으로 확인하면서 관리하면 되고, 초기 변화가 발견되더라도 현재 상태에 맞춰 혈당을 관리하고 필요한 시기에 치료를 받으면서 경과를 지켜볼 수 있습니다. 제가 환자분들을 보면서 가장 아쉽다고 느끼는 것은 치료가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보다 “조금만 더 일찍 검사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경우입니다. 당뇨는 내과에서 꾸준히 관리하고 있으면서도 눈 검사는 몇 년 동안 한 번도 받아보지 않으셨다면, 증상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안과에서 한 번쯤 망막 상태를 확인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첫 검진 후 다음 정기검진 시기를 안내받았다면 그 시기를 잊지 않고 꾸준히 검사를 이어가셨으면 합니다. 당뇨병성망막병증에서 정기적인 안과검진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잘 안 보이기 시작해서 검사하는 것이 아니라, 잘 보일 때부터 변화를 발견하기 위해서입니다. 오늘 이 글을 읽으신 분들 중 당뇨가 있는데도 눈에 불편함이 없다는 이유로 검진을 계속 미루고 있었다면, “눈은 잘 보이지만 한 번 확인해 봐야겠다.”라고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자료 : 대한안과학회(KOS) / 대한당뇨병학회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 National Eye Institute(NEI), Diabetic Retinopathy / American Academy of Ophthalmology(AAO), Diabetic Retinopathy 관련 자료 / 현직 안과 근무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