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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백내장이나 망막질환, 비문증 등에 대한 글을 쓰면서 생각해 보면 눈이 뿌옇게 보이거나, 날파리 같은 것이 떠다니거나, 시력이 떨어지는 등 일상생활에서 먼저 불편함을 느껴 안과를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녹내장은 조금 다릅니다. 안과에서 근무하면서 녹내장 초기에 특별한 증상을 느껴서 병원을 찾는 분보다는 건강검진이나 다른 안과검사에서 우연히 녹내장 의심 소견을 받고 오시는 분들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특히 일반적인 국가건강검진만으로 모든 사람이 녹내장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안과검진이나 추가 검사를 받지 않는다면 초기에 발견할 기회가 많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실제 안과에서 녹내장 의심으로 내원하는 환자분들을 접하면서 자주 듣는 질문을 중심으로 녹내장 초기증상과 초기진단, 치료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녹내장 초기증상, 정말 아무 증상이 없을까요?
녹내장 의심 소견을 받고 오신 분들이 많이 하시는 질문이 있습니다. “아무 증상도 없는데 정말 검사가 필요한가요?” 녹내장이 걱정돼 인터넷에서 미리 정보를 찾아보고 오시는 분들도 많지만, 막상 본인은 잘 보이고 불편한 곳도 없으니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녹내장은 눈에서 받아들인 시각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시신경이 점차 손상되는 질환입니다. 특히 흔한 형태의 개방각녹내장은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초기에는 시야 일부에 변화가 생겨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평소 두 눈을 함께 사용한다는 점도 영향을 줍니다. 한쪽 눈의 시야 일부에 변화가 생겨도 다른 눈이 어느 정도 보완해 주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는 계속 잘 보인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간혹 이런 질문도 받습니다. “저 시력 1.0인데 녹내장일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시력과 녹내장에서 중요하게 보는 시야나 시신경 상태는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시력표의 작은 글씨를 잘 읽는다고 해서 시신경까지 반드시 건강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보통 몸에 이상이 생기면 아프거나 불편해야 병원을 찾게 되는데, 녹내장은 이런 증상만으로 초기에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무 증상 없는 녹내장, 초기진단은 어떻게 할까요?
안과에서 근무하다 보면 “건강검진에서 녹내장 의심이라고 해서 왔어요.” “시신경 모양이 이상하다고 정밀검사를 받아보라고 했어요.” “안압이 높다고 해서 왔어요.”라고 말씀하시며 내원하는 분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특히 처음 ‘녹내장 의심’이라는 말을 들으면 이미 녹내장으로 확진된 것처럼 생각해 걱정하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는 전화로 검사 예약을 잡으면서 “저 녹내장인 건가요?” “검사를 빨리 받아야 하나요?”라고 물어보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녹내장 의심’과 ‘녹내장 확진’은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시신경의 생김새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한 번의 검사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정밀검사를 통해 실제 녹내장성 손상이 있는지 확인하게 됩니다. 또 하나 많이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안압이 정상인데도 녹내장일 수 있나요?” 저도 안과에서 일하기 전에는 녹내장이라고 하면 당연히 안압부터 높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안압은 녹내장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일 뿐, 안압 수치 하나만으로 녹내장을 진단하거나 아니라고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에서는 안압이 일반적인 정상 범위에 있으면서도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이 나타나는 정상안압녹내장이 흔한 편입니다.
따라서 녹내장이 의심되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안압검사, 안저검사나 안저촬영, 시신경 OCT, 시야검사, 각막두께검사, 전방각검사 등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처음 정밀검사를 받는 분들은 “녹내장 검사 하나 하는데 이렇게 많이 해야 하나요?”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여러 검사를 한꺼번에 받으면 예상보다 검사비 부담이 생길 수 있어 아무 증상도 없는데 꼭 필요한지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검사는 안압부터 시신경의 구조적인 변화, 실제 시야 기능까지 확인하는 부분이 조금씩 다릅니다. 결국 녹내장 초기진단은 검사 하나의 결과만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검사 결과를 종합하고, 필요한 경우 시간에 따른 변화까지 비교하면서 판단하는 과정입니다.
녹내장을 초기에 발견하면 어떻게 치료할까요?
정밀검사 후 실제 녹내장 초기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실명’이라는 단어부터 떠올리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녹내장을 진단받았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같은 속도로 진행하거나 반드시 실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녹내장 치료의 목적은 이미 손상된 시신경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것보다는 현재 남아 있는 시신경 기능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고 추가적인 손상의 진행을 늦추는 것에 있습니다.
치료방법은 안압과 시신경 상태, 시야검사 결과, 녹내장의 종류와 진행 정도 등을 종합해 결정합니다. 대표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치료 중 하나가 안압을 낮추는 녹내장 안약입니다. 그런데 정상안압녹내장으로 진단받은 분들은 여기에서 또 궁금해합니다. “제 안압은 정상이라면서 왜 안압을 낮추는 안약을 넣나요?” 사람마다 시신경이 견딜 수 있는 안압의 정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검사상 일반적인 정상 범위의 안압이라고 하더라도 현재보다 안압을 더 낮추는 것이 시신경 손상의 진행을 늦추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안압을 낮추는 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 상태와 녹내장 종류에 따라 치료방법은 달라지지만 안약을 사용하며 안압을 조절하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 레이저나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초기에 발견하면 간단히 치료해서 완치할 수 있다’ 보다는 일찍 발견할수록 시신경을 보호하기 위한 관리를 더 빨리 시작할 수 있다고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환자분들을 보면서 꼭 말씀드리고 싶은 점
제가 녹내장 환자분들을 보면서 가장 아쉽게 느끼는 순간이 있습니다. 처음 건강검진에서 녹내장 의심 소견을 받았을 때는 굉장히 걱정하며 안과를 찾습니다. 검사도 잘 받고 결과도 꼼꼼하게 들으십니다. 그런데 정밀검사 후 “아직 의심 단계라 6개월 후 다시 검사해 봅시다.”또는 “안약을 사용하면서 경과를 보겠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면 조금씩 마음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당장 눈이 아픈 것도 아니고 잘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정기검진을 미루거나 처방받은 안약을 몇 달 사용하다 임의로 중단하고, 몇 년 뒤 다시 건강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나온 후에야 안과를 찾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녹내장 관리에서 가장 아쉽습니다. 아무 증상이 없기 때문에 발견하기도 어렵지만, 아무 증상이 없기 때문에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기 쉽기 때문입니다. 녹내장은 한 번 검사하고 끝나는 질환이라기보다 안압과 시신경, 시야의 변화를 시간에 따라 비교하면서 지켜봐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건강검진 결과지에서 처음 ‘녹내장 의심’이라는 말을 발견해 이 글을 찾아오셨다면 너무 불안해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의심 소견이 있다고 해서 모두 녹내장으로 확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선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면 됩니다. 저는 오히려 녹내장을 초기에 발견했다면 내 눈을 일찍 관리할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해도 좋다고 봅니다. 다만 검사 후 정기적인 관찰이나 치료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지금 아무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중간에 관리를 놓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녹내장 초기증상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기보다, 우연히 발견된 작은 이상 신호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 그리고 한 번 검사받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필요한 정기검진과 치료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 안과에서 녹내장 환자분들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입니다.
참고자료 : 대한안과학회(KOS), 녹내장 관련 환자정보 및 진료자료 / National Eye Institute(NEI), Glaucoma / American Academy of Ophthalmology(AAO), Glaucoma 관련 환자정보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녹내장
※ 본문에는 실제 안과 근무 중 환자분들을 접하며 경험한 내용을 함께 담았습니다.